기업 임원 10명 중 8명
"보고서 오류로 잘못 판단한 적 있다"
오류 줄이려면
작성자와 수시로 대화자료 정확한지 살펴야
사실·의견 정확히 구분
다양한 이해관계자 생각 함께 기재하도록 해야
A통신회사 CEO B씨는 몇 년 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통신업계 특성상 각종 규제가 많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할 때는 정부 기관과 의견 조율이 필수다. 해당 부처 담당자와 미팅을 끝낸 후 A사 신규 사업 담당자는 B씨에게 이렇게 보고서를 올렸다. '정부 담당자가 우리의 신제품 출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B씨는 이 보고서에 근거해 신제품의 사업 성공을 확신하고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만난 정부 기관 담당자가 A사 신제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이전 미팅 때 정부 쪽 담당자가 한 말은 "그 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는 것이었고, 이는 완곡한 거절의 의미였다. 보고서 작성자가 사실(fact)을 그대로 담지 않고, 본인 해석에 따라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IT컨설팅 회사 CEO인 C씨는 2000년대 초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업을 준비할 때 받은 보고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C씨는 부하 직원이 만든 시장조사 보고서를 읽고 신규 사업의 성공을 확신했다. 보고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장밋빛 시장 전망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 후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의 개념조차 생소했다. 소비자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리 없었다. 작성자의 바람이나 의견이 보고서의 방향과 논조를 결정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임원 78% "보고서 오류로 잘못 판단한 적 있다"
잘못된 보고서는 그릇된 판단과 결정을 낳는다. 임진왜란(1592년) 직전 일본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조선통신사를 급파한 선조(宣祖)가 통신사 일행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조선을 침략할 위인이 못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내용을 그대로 믿은 선조는 일본의 침략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고, 조선은 임진왜란을 치르며 큰 상처를 입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잘못된 보고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심지어 사업 성공 여부와 사운(社運)에까지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위와 같은 일을 겪는 리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경영연구원(IGM)이 기업의 오너·전문경영인·임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부하 직원의 잘못된 보고서 때문에 의사 결정 시 그릇된 판단을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4명이 '많다', 78명이 '조금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보고서의 오류 때문에 곤혹을 치른 것이다.
리더는 올라온 보고서의 정보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이 이러하니 보고서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설문 조사에서 부하 직원의 보고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더가 24명이었다. 55명은 '그저 그렇다'고 응답했다.
◆미리미리 대화하라
부하 직원의 보고서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리더들의 절반 이상(55명)이 '내용에 대한 정보 및 근거가 적다'는 점을 들었다. 좋은 보고서의 기준 1·2위로는 '사실에 근거해 작성된 보고서'(29명), '간단명료한 보고서'(24명)를 꼽았다. 리더들은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정보와 정확한 사실 근거를 담은 보고서'를 원하고 있지만, 그런 보고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 지시만 내려놓고 신경 쓰지 않는 리더는 만족스러운 보고서를 받아보기 힘들다. 담당자에게 무조건 맡겨만 둘 게 아니라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보고서에 대한 대화를 수시로 나누면 도움이 된다. 공식 회의가 아니더라도 티타임이나 식사 시간을 활용해도 좋다. 선험자로서 부하 직원이 생각지 못한 측면을 짚어주거나, 새로운 정보와 자료 출처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보고서에 담긴 그럴듯한 말에 현혹되지 않고 결론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가 정확하고 믿을만한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많은 기업 임원이 "남의 과제를 베끼거나 인터넷 정보를 아무 의심 없이 짜깁기하던 대학생 시절 버릇을 못 버린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전 조사가 미흡하거나 마감 시일에 쫓길 때, 보고서 작성자는 스스로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나 수치를 끌어다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따라서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처럼 공신력 없는 정보를 보고서에 담은 건 아닌지, 인용한 언론 기사가 편향된 내용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출처가 의심스럽거나 인터넷 자료에만 의존한 정보가 많을 경우 반드시 두 곳 이상의 출처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거나 크로스 체크(cross check) 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사전에 연구소·협회·정부 기관 등 공신력 있는 여러 기관의 자료를 참고하도록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 ▲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사람은 모두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갖기 때문에 보고서에 작성자 의견이 녹아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성자가 보고서 주제와 관련해 긍정적이면 긍정적인 데이터를 더 많이 정리하고, 비관적인 사람이면 비관적인 데이터를 위주로 보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리더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힘들다. 그럴싸하게 표현된 작성자 의견대로 의사 결정을 내리다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리더는 사실은 사실대로 자기 의견은 의견대로 나눠 쓰도록 부하 직원에게 지시하고, 보고서를 검토할 때 스스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이해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편향된 보고서를 피하기 위해 보고서에 작성자의 의견 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함께 기재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가령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진출 관련 보고서의 경우, 한 부서의 의견뿐 아니라 다른 부서 관계자나 믿을 만한 외부 전문가 등 다양한 견해가 들어가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의견이 충돌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사안의 경우 양쪽 주장을 충분히 담도록 해 의사 결정자가 이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잘못된 보고서는 리더의 책임
'보고서를 잘 쓰게 만드는 것은 결국 리더의 책임이다'. 배달되는 보고서가 매번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반복해서 오류가 발견된다면 무엇보다 이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IGM 설문 조사 결과 보고서 작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공식 매뉴얼 모두 없는 기업이 30곳에 달했다. 교육만 하고 있거나(41곳) 매뉴얼만 갖추고 있는 기업(22곳)이 상당수였고, 두 가지 모두 갖춘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과 더불어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양대 산맥이다. 스피치와 프레젠테이션 등 말에 대한 교육은 거의 모든 회사에서 진행하지만 보고서 작성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보고서 작성에도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라. 그것이 리더 자신은 물론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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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느끼는 보고서의 중요성과 discussion의 필요성...
상대방 언어에 대한 객관화 필터링을 반드시 해야 한다.
Ref.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26/2011082601045.html
http://www.ejplus.net/common/teachers/talk_view.asp?T_idx=104&idx=7838&page=2&b_search=&s_string=&T_check=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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