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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 the breeze

[ 한빛사 ] 글로벌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선정 :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김성훈 교수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젼스 기술’ 사업단 소개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이 되려면 결국은 신약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연구비가 1/100 정도 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지난 20년 동안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적인 열망이 높았지만, 사실 절대적으로 열세한 연구비 문제는 단시간에 극복할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돈이 많이 들고 실패율이 높은 신약 개발의 과정을 좀더 혁신해서 고효율의 저렴한 비용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여러 가지 혁신적인 기술과 기존의 신약 개발을 접목시켜 고효율의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한번 찾아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코드를 쓴다. 하나는 innovation-기술 혁신을 이루자는 것과 또 하나는 integration-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전 과정을 한 군데 모아 pipeline화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형 고효율 신약 개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9년 동안 추구할 일이다."

사업단의 연구진 구성

"사업단의 명칭만 보고는 생물학자나 신약 개발을 하시는 분들이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우리 사업은 신약 연구나 생물학 연구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신약 자체를 개발하는 연구는 아니다. 화학자나 공학자, 물리학자, IT 전문가들을 포함하여 technologist들이 절반 이상 참여를 하고 있고, 그들에게 생물학자들은 정확한 숙제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생물학자와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반반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단의 목표는?

"이 과제는 원천 기술을 혁신하는 과제이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제는 아니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이 보통 12년 정도 걸린다. 6년 정도가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과정이고, 그 후보 물질을 가지고 동물실험에서 임상으로 가는 것이 나머지 반이 걸린다. 비용을 보면, 앞의 6년이라는 기간에 약 6천억 원이 들고 전체 1조 2천억 원 정도가 든다. 나의 바램은 이 과제가 끝나는 10년 후에는 1.5년 안에 약 60억 원으로 그러한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사실 심사를 받을 때에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어제도 모 기업과 이 부분의 가능성에 대해서 한참 컨설팅을 받았는데, 너무 큰 목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일단 그것을 목표 지점으로 하고 단계별로 혁신해서 시간과 비용을 줄여 나가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이 있어 왔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우리나라 제약 회사들도 겁 없이 신약 개발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의 의미와 특징은?

"과제가 커질수록 책임자의 비전이 아주 중요하고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 동안 수행했던 프론티어 사업이 국가에 기여한 것은 저변을 확대하고 좋은 과학자들을 많이 양육해 낸 것이었다.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은 프론티어 형식의 차세대 사업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이 사업의 원년에 시작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바램은 이제부터는 저변이 확대된 과학자들의 역량을 좋은 비전으로 묶고 결집해서 우리나라 국부를 창출하든지 국민에게 혜택을 돌리든지 어떻게든 결실이 있었으면 한다. 그 동안 많은 과학자들을 양육했다면 이제는 그들을 모아서 우리나라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획단계나 선정단계에서 다른 점들이 있었는데…

"글로벌 프론티어를 원년으로 시작하면서 그 전과 많이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지금까지는 top-down 식의 프로젝트들이 많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이 제안을 할 수 있는 Open Forum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이 크게 달라진 점이었다.

또 하나는, 심사 위원의 주축을 이루었던 분들이 국가과학자들이었다는 점이다. 프론티어 사업 전체 기획에 있어 과학적으로 깊은 안목을 가지고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결과를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심사는 서면평가와 두 번의 구두평가를 받았다. 한 번은 과제 내에서 다른 경쟁 그룹과 토론을 하였다. 과제별로 지원 그룹이 많지 않은 곳은 토론할 기회가 없었겠지만 우리는 다섯 팀이 지원했었기 때문에 아주 열띤 토론을 세 시간 동안 가졌다. 여담이지만, 토론을 마치고 나오면서 글로벌 프론티어 단장이 되려면 국회의원 한 두 번은 해야 되겠다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토론의 기회를 가진 점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형식은 약 20분 정도 각 후보자가 자기의 비전에 대해 정견 발표를 하고, 그 다음에 상호 논쟁을 하는 시간이 수 십분 정도 있었다. 그 뒤에 열 두 분 정도의 심사위원들 각자가 질문을 던져서 동일한 질문에 대해서 다섯 분의 후보자들이 대답하게 하는 형식도 있었다. 세 가지 형식의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 부족한 점들도 알게 되고 각자의 철학과 이 사업에 임하는 비전이 각각 다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다른 과제에서도 많이 적용될 것 같다. 심사위원들의 후담으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과제 선정 평가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사업단의 참여 연구진들에게 한 말씀

"1년에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많은 PI들과 같이 연구를 할 때에 그 힘이 결집되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생각하다.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 하더라도 큰 그림을 함께 그려나가기 위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자 한다. 그렇다고 각 개인의 연구자에게 전체를 위한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연구자가 발전하고 싶은 방향을 침범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분들에게 무엇을 드릴 수 있느냐? 혼자서 2~3억 원의 연구비를 들여서 낼 수 있는 연구결과의 임팩트를 1이라고 본다면, 그런 연구 여러 개를 함께 힘을 합쳐서 낼 수 있는 연구결과의 임팩트가 1+1이 2가 아니라 10이 될 수 있는 큰 그림을 제안할 의무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10년 사업이 끝난 시점에 국가적인 연구기관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자생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좋은 팀을 모으기 시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아주 많은 것들에 대한 솔루션이 나올 수 있는 드림팀을 만들고 싶다."

사업단 운영의 리더십과 고민들

"우리는 애국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애국심이라는 것이 개인에 따라 나름대로의 정의가 다를 수 있다. 어렸을 때에는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럴 수 있는 위인은 안중근 의사처럼 소수의 성인들이다. 우리와 같은 범인들은 어떻게 하면 애국할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때 그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면 가장 강력한 애국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의 관심을 잘 양육해서 자연스럽게 나라에 발전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생각을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으로 이어간다면, 나의 연구 역량을 극대화하고 나도 모르게 다른 팀들과 같이 모듈이 되어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굉장한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고 결국 나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로서 과학정책에 대한 바람들

"우리나라 정부가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GDP의 많은 부분을 과학 기술에 할애하여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고 확신한다. 특히 바이오분야는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어떻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서방 국가들이 굉장히 부러워한다. 그런 점에서는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관심이 과하면 부작용이 있다. 왜냐하면 과학은 창의성 산업이기 때문이다. 스포츠 산업과는 다르다. 스포츠에서는 많은 고도의 훈련과 규율이 필요하다면, 과학은 창의성이 중요해서 어떤 틀 안에서는 성장을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국민적인 관심과 정부의 관심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믿음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정책이 과학자 스스로에 의해서 결정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관심이 지대하다 보면 간혹 행정적인 논리나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학회에서 의견이나 정책 제안을 많이 하고 있고, 미국의 한림원 같은 곳에서 중요한 이슈들을 협의해서 제안을 하기도 한다. 협의 채널을 통해서 과학자 스스로 제안하고 과학자들이 심사해서 반영이 된다면 우리나라도 틀림없이 선진국 과학 기술의 꽃을 피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한 좋은 예시 이지 않나 생각한다. 기존 개발 단계에 얽메이지 않고 틀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혁신일 것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큰 틀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Ref.

BRIC>한빛사> BRIC이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