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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3/Moments...

Olle Route 13 (2011 9. 11)



나의 고향은 제주도이다. 비행기로 가면 1시간 집까지 2시간이면 가는 곳을 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년에 한두번 내려가는 곳이다. 예전에는 1박2일 일정으로 급하게 내려와서 차례만 지내고 훌쩍 올라가는 불효를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약간 여유를 두고 내려왔다. 물론 표를 제때 못구했기 때문이란 웃기지도 않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왕 생긴 여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올레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태생이 제주이나 타향 살이가 어느덧 9년이 다 되간터라 2000년대(?)의 제주의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사실 나는 제주에 3~4번 여행온 분들보다도 제주도에 대해 잘 모른다... 대학교때 부터 주변 분들이 물어봐도 언제 한번 속 시원히 대답을 해준 적이 없다...ㅠ) 무엇보다 이때 생긴 올레길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날 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갈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비가 그친것을 아침에 확인하고 기상청에서 구름진행 방향을 확인한뒤 13 코스를 택했다. 내륙코스라서라던지 난이도가 높아서가 절대 아니다..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구름을 피해서 정 반대 방향으로 잡은 것 일뿐...ㅎ

용수포구에서 저지마을까지 바닷가에서 부터 오름을 아우르는 코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터미널에서 용수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16km정도면 3~4시간 이면 가겠지란 생각을 하고 출발했다. 물론 이것이 너무나 무모한 생각이었다는것을 나중에 깨달았지만...

[ 용수리 충혼묘지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요금은 3000원, 서부순환도로일주 버스를 타시면 되구요...]

소요시간은 50분 정도 걸린 듯 하다.

도착하니 3시 반정도 였다.

홈페이지에서 보니 용수포구까지 15분을 걸어가란다. 포구란 글자가 보이지 않아 무작정 바닷가를 향해 걸었다.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터라 어디가 시작점인지 모르고 무작정 걷다가 찍은 사진... 멀리 왼쪽으로 차귀도랑 오른쪽에 죽도와 ??섬이 보이네요..(제주도 사람 맞니...ㅠ)

길을 걷다가 올레 여행객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를 만나서 시작지점을 물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란다...

바다까지는 제법 멀어 보인다...


오른쪽에 성당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제주 표착 기념관이란 건물과 성당이 있었다.

왼쪽 흰건물이 성당이고 오른쪽 전시관에는 휴게실 및 당시 교인들을 박해하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기자기 하게 조성되어 전체적으로 아늑함이 느껴졌던 곳이다...바닷가의 성당이란 곳이 더욱더 편안함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쾌한 바다~! 날씨는 흐렸지만 기분은 최고!

자... 포구니까 바닷가 겠고 바닷가 까지 왔는데 도무지 출발점은 보이지 않는다.. 조그만 상점이 보이길래 커피를 하나 사면서 길을 물었다.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던 아가씨가 알려준다. 퉁명스럽게 들렸지만 제법 자세하게 길을 알려준다. 마을방향으로 진입했다.

사실 13코스에서 바다는 여기가 끝이다. 너무 짧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일단 출발.

마을에 진입하니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표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파란 화살표가 정방향 주황색이 역방향인 듯하다. 마을을 끼고 돌아 나오니 밭이 이어진다. 저 멀리 풍력 발전기들이 돌아가는게 보인다. 예전에 자전거 여행왔을때 그 장소인듯하다...

[숨은 그림 찾기...표지는 2개 입니다. ㅎㅎ]

뭐 이정도는 아주 친절한 편이다.










저 멀리 표지가 보이는가?? 올레길은 급하게 가면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천천히 살피며 걷자...
 
밭을 따라 나오니 큰 길이다. 뭐야 여긴???? 버스에서 내린 곳이 잖은가?? 버스에서 내리고 바로 건너편으로 가야하는 것이었다. 


순례자의 교회란 무거운 이름과 달리 귀엽다는 느낌이 날 정도로 조그만 교회... 옆에 난 창으로 안을 살짝 보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난 이순간 왜 RPG 게임이 생각이 나던지... ;;; HP가 보충되는 뭐...쿨럭.

안에서 나오는 음악소리가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아직 여름이 다 가진 않은 듯 합니다...

용수저수지로 가는 길은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거름냄새와 들꽃냄새가 풍기며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합니다..


멀리서 볼때는 물통인가 싶더니 가까이서 보니 "애기별궁" 이란 글자가 써진 통들이 이렇게 놓여있습니다. 옆에보니 표지판이 있군요.


























무료제공 숙소인가요? 예약을 해야 하나 봅니다. 오른쪽에 관리소인지.. 작은 집 한채도 있었구요. 애기별궁을 살자쿵 열어보았습니다.

와우~ 깔끔해서 잠깐이라도 쉬고 싶은 공간이네요~^^




아무도 없나...생각하는데 돌담위에 강아지가 한마리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길인지 짖지도 않더군요. 눈까지 검던 검둥개가 저를 멀뚱멀뚱 바라봅니다. 사진 한방 찍어주고 전진.






용수저수지 도착! 저수지 뚝에 올라가 봤습니다.

멀리 그리고 여기저기 낚시 하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저수지를 돌아 나오는데 해가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햇빛에 비친 저수지가 아름답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제비 입니다. 여기에 앉아 있다가 저수지로 왕복하며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수지를 나와 오솔길로 진입할때 있던 축사.. 식사중이던 소들에게 다가가니 일제히 고개를 들어 저를 바라봅니다. "얜 누구야?" 이런 느낌.

제법 평탄한 시골길이 이어집니다...



이건 어디로 가라는 건지... 누가 장난친 건지... 정답은 왼쪽입니다.

표지가 아쉬울때만 나타나는(?) 터라 말 그대로 놀멍 쉬멍 걷는게 제일 좋은것 같습니다. 나름 여유있게 걸었지만 급하게 갔는지..돌아간적이 몇 번 있었네요...

50명의 특전사 분들이 2일 간에 걸쳐낸 특전사 숲길입니다. 여기서 부터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처음으로 길을 헤멨습니다. 위 사진은 잘못된 길입니다. 여기를 지나가다가 엄청난 모기 거미의 공격이 이어졌지요..ㅠ

숙성중(?)인 감귤나무


고목나무 숲길.. 갑자기 다른 풍경이 나와 살짝 당황.. 약간 오싹한 기분도 들었다.

계속 숲길만 나오지는 않는다. 중간중간 도로를 끼고 걷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평탄한 길이 계속 이어져 편하다.

밭이라기 보다는 군락지로 보인다.. 어떤 식물인지는 찾아봐야 겠다.

고사리 숲길은 도로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때 시간이 4시 반 정도..일몰시간을 보니 18시 44분. 2시간 내에 갈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들지만 한번 갔던 길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 성격이라 전진.

말그대로 고사리가 길 양쪽에 가득 자라고 있었다.

음.. 미스테리 서클? ㅋㅋ

걷다보니 양봉하는 곳이 나왔다. 오른쪽에 의자가 나란히 있어. 가까이 가 보니...

응...? 허벅지? ㅋ

길을 따라 재미있는 이름이 새겨진 의자들이 간간히 보인다. 몇 분 정도 걸었을까? 저멀리 커다란 의자가 보였다

시골에 이런곳이?? 아홉굿 마을 이라고 합니다. 공원 같이 조성된 공간 이었습니다.

내부에는 의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하나같이 특이한 문구들이 적혀져 있었다. 가지고간 물이 똑 떨어져 들린 카페에는 몇몇 분들이 계셨는데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아이스커피를 하나 시키니까 물 필요하지 않냐고 생수를 두개 주십니다. ^^ 너무 감사했습니다.

방문자를 위한 문화공간도 조성되어 있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한다. 약간씩 조급해 지는게 어쩔수 없나보다.

이때 시간이 6시 정도.. 길을 알려주던 아저씨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저지오름이었다. 너무 멀게 느껴진다.

저 멀리 저지오름이 보인다.

밭사이 난 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후반부 코스인 뒷동산 어리목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이다. 해가 거의 지고 있어 올레길을 걷는 마음(놀멍쉬멍)은 여기서 버렸다. 해지기 전에 도착점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오름이 가까워진다. 그런데 안개가끼기 시작한다. ㅠ

이제 거의 다왔거니 싶었는데 안개가 끼고 시야가 흐려진다. 게다가 무덤들이 하나둘 나타나는게... 해가 거의 지고 있다.

 

그렇다... 저지오름 주변은 리공동묘지 였다. 이곳에 진입하니 갑자기 추워졌다.(진짜다!) 나의 걸음은 이제 반구보형태가 되었다. 이때 시간 7시 정도...일몰시간은 이미 지났다.


사진중에서 햇빛을 받고 찍은건 이게 마지막이다. 저지오름은 둘레길을 반바퀴돌면 정상가는 길이 나오는데 정상에 오를때쯤 해가 완전히 져버리고 말았다.


정상에 오르니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전에 공포영화를 즐기던 나도 약간 무서워졌다. ;;;;

정상에 가면 전망대가 있어 주변 경관을 볼수 있게 해놓았다. 옆을 보니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재빨리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끝이 막혀있다. 응? 하면서 앞을 보니까 오름 설명이 있다. 분화구 안에는 예전에 농민들이 작물을 심곤했다... 앞을 보았다.

세상에 나는 분화구 한가운데 와 있었다. 친절하게도 분화구 내부를 볼수 있게 계단을 만들어 둔 것이다.

어두컴컴한 분화구 한가운데 시커먼 나무와 추운 기운까지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사진을 찍었는데 심령사진 같아서 올리진 않았다.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정말 미친듯이 올라갔다.

휴대폰 light어플을 켰다. 베터리가 10% 남았다. 이젠 걷는게 아니라 달리는 수준이다.

한참을 돌아 내려오니 저지마을로 가는 진입로가 보였다. 다시 달렸다.

여기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오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빠져나왔다. 중간중간 식물 설명도 해놓고 조성도 잘되있는것 같은데 아까운 생각이 든다.

드디어 불빛! 추석이라 가족들이 모여있는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길밖까지 들려온다.


마을회관 옆에 있던 편의점... 13코스는 물과 간식을 충분히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용수포구, 아홉굿 마을, 저지마을 이 3군데에서만 물품 구입이 가능합니다. 물론 현금...

총시간 4시간 반이 걸렸네요... 저지오름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다음번에는 아침일찍 와야겠네요.

제주시로 돌아가시려면 편의점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신창이나 한림가는 버스 타시고 난뒤 내려서 다시 제주시 가는 버스타시면 됩니다.

여행의 끝.

여유로운 산책에서 나름 생존게임으로 변모했지만 ;;; 생활에 찌든 본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레길은 오전에 출발하세요 ㅠ 건장한 남성도 벌벌떨게 만들수 있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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