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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t the breeze

[2003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상 수상] KAIST 생명화학공학 이상엽 교수 (2)

 

 

 

 

 

 

 

 

 

힘들어 포기하고픈 때와 극복 방법

가장 힘들었던 때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병역의무를 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연구를 했던 그 시절이다. 남들은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면 대접 받고 지낸다는데, 나는 낮에는 타이어 닦고, 심부름, 운전을 하고 밤에는 지친 몸으로 돌아와서 연구를 했다.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1년 반을 놀아버리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당시 잠을 많이 못 잤다.

그러나 18개월 병역의무를 간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만일 병역특례병으로 지원했다면 5년을 넘게 묶여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1년 반에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역의무를 하면서 밤새워 실험하는 과정에서 교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에는 연구원이 되거나 회사를 경영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되고 싶었다. 하고 싶고 되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든 시간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학생이나 연구원이 새로 들어오면 "미래 이력서"를 받는다. 지금부터 65살이 되었을 때까지의 이력서를 써보라고 한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 목표가 된다. 그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본인은 최선을 다해야 하고, 나는 그것을 보고 거기에 맞는 지도를 한다. 목표가 뚜렷하고 달성하기 위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받은 모든 상은 사실, 내가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실험실에 주어진 상이고 우리 학생들을 대표해서 내가 받은 것이라고 본다.

Impact factor에 대한 생각

아시아의 과학기술이 너무나 서구 기술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대표적인 예가 impact factor이다. 나도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사로부터 "Citation Classic Award"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ISI사하고 일부 과학자들의 정치적 게임에 놀아나고 있다고 본다. 좋은 논문이란 우선 자기가 쓰고 만족하는 논문이고 남들이 읽어보고 좋은 논문이라고 인증하는 논문이다.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Nature에 발표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저명한 국제학회에서 keynote speaker나 invited speaker로 초청되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학회는 300여명의 청중을 모아놓고 발표를 하는 곳이므로 아무나 초청하지 않는다. 그 분야에서 가장 최신이면서 관심을 받는 내용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이 일반적으로 좋은 저널이라는 것은 나도 동의하지만 impact factor가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생물공학분야에서는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지가 가장 좋은 저널이다. 그러나 impact factor는 2점을 조금 넘는다. Reject ratio가 지금은 70% 정도인데 예전에는 85%를 넘는 적이 있었다. 어떤 저널은 reject ratio가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impact factor가 20, 30점 되는 저널과 비슷한 수준으로 선별된 논문이 게재가 되는 것이다. 정통 화학공학에서는 논문을 내는 사람수가 적게 때문에 impact factor가 1점 넘으면 엄청 좋은 저널이다. 생물처럼 연구하는 사람이 많으면 저널이 많고 논문도 많아 서로 교차인용을 해서 impact factor가 자연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정부 관리나 신문 기자들은 자기 분야가 아니므로 잘 몰라서 impact factor만을 기준으로 얘기를 하지만, BRIC에서 이런 문제를 제대로 잡아주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서비스도 지금 좋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좋은 논문을 소개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길 바란다. 우리가 지난 2003년에 "Combined transcriptome and proteome analysis of Escherichia coli during the high cell density culture" Biotechnol. Bioeng., 81(7) : 753-767 (2003)이란 논문을 발표하였다. 아직 공식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의 associator가 자체 회의에서 이 논문이 2003년도 최우수 논문으로 추천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해왔다. 처음에 이 논문을 nature지에 보냈다가 너무 응용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reject되었다. 그래서 biotechnology & bioengineering에 발표되었다. 데이터 그림이 너무 작아서 표지화면에 실릴 수 없는 것을 editor도 가장 아쉬워한 부분이다. 이런 논문은 내가 발표하고도 아주 자랑스고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는 논문이다. 바로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장기자: 한빛사에서는 많은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므로 우선은 기준을 Impact factor로 정하였다. 연구자와 교수들이 좋은 논문을 추천해 준다면 그 기준은 얼마든지 새로 세울 수 있다.

논문을 잘 쓰는 방법

과학자에게 논문을 잘 쓰는 방법은 아주 중요하다. 곧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다. 과학문화재단에서도 연구자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달라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일부로서 행하는 것이다. 인류를 행복하게 하고 기본적인 본능인 우리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연구한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함으로써 다른 연구자도 즐겁게 할 필요가 있다.

논문은 데이터를 정리해 놓은 것이 아니라 story(이야기)이다. 그래서 논문은 반드시 story가 있어야 한다. 논문을 쓸 때 story를 전개하려면 기,승, 전, 결이나 introduction, materials & method, result, discussion 등으로 기본 형태가 정해져 있다. 한 10년 동안 학생들의 논문을 읽고 고치면서 보면 대부분 result & discussion에 쓸 것을 introduction에 써 놓고, 또는 introduction 에 들어갈 것이 result & discussion에 써 놓는 경우가 많다. 한단계 발전된 것이 introduction에 쓴 말을 discussion에 또 쓰는 경우이다. Discussion은 말 그대로 토의다. 결과를 토대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물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앞으로 연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이고 아직 문제로 남은 부분은 무엇인지를 써야 한다. 데이터를 발표할 때에도 이왕이면 체계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성 있게 해야 한다. 이런 것은 기본이지만 항상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Result를 서술하거나 정리하는 방법, discussion을 잘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introduction에는 반드시 왜 이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나는 논문 리뷰를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다. 논문 심사를 할 때 고개가 끄떡끄떡하면서 내려가면 합격 선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고, 물음표가 붙기 시작하고 나중엔 물음표가 많아지고 거기에 성의도 없이 영어 철자도 틀리면 불합격이 되는 것이다. 논문 잘 쓰는 것은 기본이고 심사위원이 리뷰할 때 기분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논문을 많이 투고하는데 예전 서면으로 제출할 때는 스탬플러로 찍을 때도 삐뚤어지지 않게 예쁘게 찍고 혹시 논문 읽다가 손이 찔릴까 봐 테이프도 붙여주고 하는 정성을 들였다. 최대한으로 심사위원을 배려하는 자세로 투고를 하면 1점이라도 더 점수가 올가는 것이다. 물론 논문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영어 문제가 나온다. 나도 영어를 완벽하게 한다고 할 수가 없어서 말할 방법이 없다. 끊임없는 노력하고 고치는 수 밖에 없다.

KAIST에서는 영어 논문 작성 수업이 따로 있나?

아마 수업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추천하지도 않는다. 연구가 워낙 바쁘고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욕이 강한 사람은 여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다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야지 본래 해야하는 더 소중한 일, 연구할 시간을 써가며 할 수는 없다. 박사의 경우도 나는 박사를 오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구 이외의 자투리 시간을 줄이지 않고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젊은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젊은 과학자의 모습

줏대를 가져야 한다. 과학이 좋아서 과학을 했으면 과학을 해야지 의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벌까, 정치인이 되면 권력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다른 것에 동경을 가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과학자도 권력을 가질 수 있고 돈도 만질 수 있다. 그건 자기하기 나름이다.

나는 고 정주영 회장을 좋아하는데, 그분의 모든 면은 아니지만 맨땅에서 현대라는 그룹을 일궈낸 그 과정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한다. 직원이 와서 이런 이유로 일이 잘 되지 않았다고 보고를 하면 한마디로 반문을 했다고 한다. "제대로나 해봤나?". 나도 학생들에게 똑같이 물어본다. 밤을 세워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밤을 센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평가는 결과로 받는 것이 현실이다. 60의 노교수나 대학원생이나 똑같이 논문 제출해서 심사 받고 quality로 승부가 결정된다.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결국 과학이나 공학을 한다고 해놓고는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의사가 되겠다거나 뭐가 되겠다고 한다. 젊은 연구자들은 이런 식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관련 사이트: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 연구실(국가지정연구실)

기자 장영옥
사진, 촬영 이강수
동영상 편집 유숙희